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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Diary

개발은 어쩌면 하나의 씨앗을 심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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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했던 미니 화분

릴리즈를 하다가 문득 생각했다.

개발은 어쩌면 하나의 씨앗을 심는 것 아닐까..

서비스가 개발되어 세상에 나오고 사람들에게 사용되기까지와, 점점 안정화 되어 기능들이 자리를 잡은 이후와는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문득문득 안정적인 것만 "유지"하고 있는 것에 종종 "답답함"을 느꼈다. 그래서 뭔가 더 만들 건 없나 생각했고, 더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미 되어있는 것, 다 만들어진 것같은 것에 '항상 더 나은, 더 좋은 답이 존재한다. 이것에도 반드시 존재한다.'라고 생각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해야, 아직 덜 만들어졌다고 생각해야 생각이 멈추지 않을 테니까, 무슨 생각이라도 날 테니까.

 

마치 식물을 키우는 것 같았다. 씨앗을 땅 파서 심고 물주고 떠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따듯하게 감싸서 키워야, 때로는 물을 가득 주어야, 때로는 물을 주지 않고 참아야 뿌리가 깊고 잎이 푸르른 나무가 된다고 했기에.. 아프지만 몇몇 가지는 잘라주어야, 어쩌면 처음부터 다시 더 큰 땅을 파고 더 넓은 세상에 내려주어야 크게 자란다고 했기에..

'어쩌면 나는 지금 씨앗을 심고 있는 게 아닐까'하고 생각했다. 마치 겉으로 봤을 땐 이미 다 자란 것 같지만, 끝없이 나이 먹고 끝없이 자라는, 나의 손길이 끝난 이후에도 더 푸르게 영원히 자랄 나무들을 떠올렸던 것 같다. 바랬던 것 같다. 그래서 아직 덜 자란 것 같은 나무를 보면서 어쩌면 답답함을.. 조금은 안타까움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코드가 다 올라갈 때쯤 지금의 일에 어쩌면 나는 '답답함' 같은 걸 느끼고 있다고 생각했다.

안전한 걸 그 정도만 안전하게 지키기만 하는 건 그 누구도 할 수 있다.


는 점점 뿌리가 깊고 줄기가 두껍고 길며, 잎이 많고 푸르른... 그런 나무를 가지고 싶었던 것 같다. 씨앗을 심고 정성 들여 키웠던 것들이 있었고, 그런 때가 있었다. 어떤 것은 작은 화분에서 그보다 작은 꽃을 피웠지만 '아름답다' 했고, 어떤 것은 '크게만 자라라'며 넓게 땅을 파고 듬뿍 뿌린 물줄기에 지쳐 쓰러졌다. 문득문득 가지치기를 잘못해서 나무가 많이 아파했고, 문득문득 분재할 시기를 놓쳐서 나무가 작게만 자랐던 것 같다.

"키워냈다는 것"에 행복했던 나는, 뭔가 알게 될수록, 머리가 클수록 '어떤 나무가 뿌리 깊은 나무가 되는가' 하며 신중히 씨앗만 고르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어쩌면 조금은.. 아니 많이 답답한 것 같다. 씨앗만 고르다 무서워진 나는 이제 '아무것이나 심어도 잘 자라도록' 하기 위해 거름만 조금씩 뿌리고 있지만, 사실은 길잡이를 찾고 있다. 누군가 "'이 씨앗을 고르고 하루에 한 번씩 물을 주면 네가 생각하는 멋진 나무로 자랄 거야'하고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많이 보려는 것 같다. 많이 들으려는 것 같다. 많이 적는 것 같다. 많이 정리하려는 것 같다.

조바심이 난다. 그래서 이렇게 믿기로 한다. '처음부터 좋은 씨앗은 없다'라고, 지금 작게나마 뿌리고 있는 거름들이, 지금 고르고 있는 돌멩이가 어쩌면 '내 스스로가 뿌리 깊은 나무가 되게 도와줄 거'라고 믿기로 한다. 갑자기 이상하지, 결국 심는 것이 씨앗인가, '나'인가.. 키우는 것은.. 아니, 키우고 싶은 것은 '나'인가 개발 자체인가. 결국 함께 크는 걸까..

'나는 무엇을 위해 개발하는가?!', '왜 개발하는가?!'. 아직 대답할 뾰족한 답이 생각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확실한 건 '가장 좋아하는 걸 할 때 가장 행복하고, 가장 좋아하는 걸 말해보라면 먼저 떠오르는 것' 지금은 이 정도로 만족할까...

개발은 어쩌면 하나의 씨앗을 심는 것 아닐까. 근데 나도 어쩌면 하나의 씨앗이 아닐까. 결국 뿌리 깊고 잎이 푸른 나무가 되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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